여행인가, 홈리스 체험인가, 특전 유격인가

 이제 자정을 넘어가면 여행도 7일 째. 그 동안 6박이 있었고 그 중 3박이 노숙. 백팩 무게는 15.2kg, 옷과 집기를 합치면 무게는 20kg에 육박. 하지만 이 짐을 짊어지고 하루에 걷는 시간은 여섯 시간 이상에서 많으면 여덟 시간. 걷고, 걷고, 언덕을 오르고, 다시 내리고, 풍광을 보기 위해 산을 오르고, 다시 내려가는 그런 일상. 하루의 토론토, 하루의 오타와, 이틀의 몬트리올, 이제 퀘벡에서 지나가는 이틀. 만 6일간 소모된 경비는 각종 세금과 초기 이동 부대경비를 모두 포함하여 350불. 그리고 오늘도 노숙이다. 퀘백은 춥기 때문에 노숙이 딱히 내키진 않지만, 방이 없다는데는 나도 별 수가 없다.

 퀘벡은 좋다. 몬트리올도 좋다. 오타와도 좋다. 차를 타는 것보단 걷는 것이 즐겁다. 하지만 어깨를 찍어 누르는 짐짝은 15kg이 넘고, 하루에 걷는 거리는 20km는 가뿐히 넘어간다. 발을 편하게 하는 트래킹화는 무겁고, 옷에 주렁주렁 달리는 수건과 물통, 카메라, 기타 잡다한 것들이 날 또 지치게 한다. 그렇게 도시가 한눈에 보이는 산을 오른다. 밤에는 야지에서 이슬을 맞는다. 미처 구비하지 못한 방한 모포 덕에 새벽은 언제나 춥다. 돈이 없어 하루에 취할 수 있는 따뜻한 식사는 한 끼가 고작. 그나마도 커피숍에서 콤보매뉴를 먹는 일이 태반이다. 나머지는 레토르트도 아닌 건조식량이 차지한다.

 여행인가, 특전인가. 하지만 그렇다고 후회 되지는 않는다. 이왕 온 여행지에서 돈이 없어 소비 문화를 한껏 즐길 수 없다는 것은 아쉽지만, 이 또한 이 때가 아니면 할 수 없는 체험일테니. 퀘벡은 노숙에 꽤나 야박하게 굴지만 토론토에선 지나가던 경찰이 굿나잇도 해주더라는 이야기. 가끔은 노숙자들이 와서 담배도 한 대 주곤 한다. 그리고 결정적인 이유지만, 몬트리올과 퀘벡에서 큰 맘 먹고 들른 "추천 맛집"은 솔직히 돈이 살짝 아까운 맛이었다. (팁과 세금 포함 20불 가량.) 그냥 보는 것으로 만족해야지. 어차피 비싼 프랑스요리는 어느 나라든 호텔 가면 있고 말이다.


by 빠대 | 2009/09/06 12:21 | 每日怪人 | 트랙백 | 덧글(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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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tlgd at 2009/09/06 14:49
빠대형 나 티엘지디요~ 글을 보니 고생깨나 하고 계시구랴...
입대전에 히로시마에서 도쿄까지 14일동안 자전거여행을 했는데 딱 비슷하더라구 이슬맞는 노숙 ㄷㄷㄷ

여행자의 그 자유로운 느낌을 멋지게 즐기시고~여행 건강히 잘 끝낼 수 있기를-/

Commented by 빠대 at 2009/09/06 14:59
난 작년에 미친 듯 큐슈를 자전거로 일주했지. (...)
Commented by 피두언냐 at 2009/09/06 19:36
퀘백주를 정ㅋ벅ㅋ하고 있단 이야긴가..
Commented by NIZU at 2009/09/06 22:05
그야 말로 진정한 의미의 여행이군요.
의미있는 여정되셨으면 합니다~
Commented by tranGster at 2009/09/07 21:17
;;;;;; 어이 이건 거의 천리행군이잖아;;;;;;

부럽다. 나도 이번 여름에 성당에서 도보 성지 다녀 왔는데, 고생하니 좋더군.
야전의 삶을 살고 싶어지는 포스팅이구나 ㅋ
Commented by 빠대 at 2009/09/07 23:56
자갈밭에 매트깔고 자고 아침 기온이 10도에서 왔다갔다하다 보면 아무리 나라도 아침마다 어깨가 빠개질 것 같단 말이지. 다음엔 좀 더 두꺼운 모포를 준비해야겠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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